짐을 꾸리고 집에서 쓰는 마지막 포스팅. Life

드디어 짐을 다 꾸렸습니다. 이제 이 데스크탑만 해체하면 끗. 내일 드디어 자취방으로 이사합니다.

2주 전 쯤인가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잡았습니다. 드디어 고시원이 아니고 나도 보증금 내고 자취방!
은 무리입니다 물론. 혼자서는요. 그런데 그전에 해프닝이 좀 있었습니다.

제 고등학교 친구 A는 저랑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랑 걸어서 15분쯤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닙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같이 살면 싸고 좋지 않느냐'라고 몇 번 말해오다가, 이번에 이 A가 다른 친구 ㄱ을 끌여들여 셋이서 방을 잡기로 했었습니다.
저랑 ㄱ이랑은 안면도 없는 남이지만, 알고 보니 현재 같은 학교를 다닙니다.
나 - A (고등학교 동창)
A - ㄱ (재수학원 동기)
ㄱ - 나 (생판 남이었지만 알고 보니 같은 학교 다님)

이런 인간관계가 되는군요. 세상 좁은걸 실감하며 쨌든 결국 말만 하던 계획이 실행에 이르러, 약 한 달 전쯤에 셋이 만나 방을 알아보러 갔었습니다.

오호 과연, 우리가 쓰리룸까지 바란건 아니지만 역시 셋이 모이니 가격이 쌉니다. 가령 월세가 10만원이 올라도 나누기 3이니까 '음 3만원 정도라면 아직은 버틸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죠. 실제로 셋이서 알아보고 다닌 방들의 가격들은 대체로 60~90이었습니다. 혼자라면 버틸 수 없는 액수죠. 보증금도 천~2천이었죠. 물론 2천은 무리지만 여튼 보기는 봄.

그러다가, 꽤 괜찮은 쓰리룸을 찾아냈습니다. 원래 쓰리룸은 생각이 없었지만(투룸보다 비싸니까) 이건 쓰리룸 주제에 투룸과 가격이 비슷하면서 방도 좋은겁니다. 방에서 누가 자살이라도 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괜찮은 조건이었죠. 입지조건도 좋았고.

거의 계약할 분위기 다 조성해 놓고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다음에 계약하기로 하고 그날은 해산했는데.
며칠 뒤 A가 이러는 겁니다. '집에서 반대하셔서 안 되겠다'
이 개생키가 일은 다 벌여놓고 지가 쏙 빠지다니 아오 집에서 반대하는 이유도 '다 좋은데 같이 사는건 걍 안됨'이랍니다. 그런건 우리랑 알아보기 전에 이미 해결됐어야 하는거 아닌가? 계획 다 짜고 물건까지 잡아놓고 참 뒷북 개쩔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다 무산되고 저는 통학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ㄱ과 이야기가 잘 되고 서로 생각도 일치하여 A는 버리고 둘이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주 전에 둘이서 다시 발품 팔아서 방을 구했죠.
무려 6시간 기다린 끝에 만난 주인 아주머니가 보여주신 방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위치는 이번에도 괜찮고, 학교 코앞이 아니라 가격은 다른 곳이랑 비슷하면서 방이 더 크고 좋습니다. 대신 이번엔 두 명이다보니 그냥 원룸입니다. 방이라기보단 좀 작은 거실 하나에 둘이 사는거죠.

제가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좀 애매해서, 방을 혼자 잡으면 보증금을 낼 능력이 없습니다. 반드시 협력자가 필요합니다.ㅋㅋ
다행히 이 친구가 보증금을 꽤 부담해주었고, 전 월세를 조금 더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전 사정상 매 주말마다 집을 왔다갔다 해야 하지만 여튼 이번엔 임대 기간도 2년으로 길게 잡았습니다. 방학도 포함하여 아주 오래 있을 생각임.

근데 부동산 좀 돌아다니다가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역시 복학생들이 생각이 다르네요. 두 분 다 저렴하게 구하려고 같이 사시는거죠?'
'네. 그런데 신입생들은 어떻길래...?'
'어떻긴. 같이 온 부모 졸라서 자기 좋다는 방 골라 가지. 가격이 중요한게 아니에요'
'.......'

나 신입생 때는 고시원이었고 피시방 밤샘 알바까지 하며 병원 갈 돈도 없어서 걍 버티고 그랬는데.
우씨. 참 부럽네요. 게다가 지금도 난 보증금도 내 돈이고 월세도 내 돈인데....ㄱ도 자기 돈이고.

지금 제가 한 달 일해서 버는 돈이 30만인데(정확히는 교통비 빼면 26만?) 월세가 30만입니다ㅋ 또 받자마자 그대로 나감ㅋ 그나마도 적자임ㅋ
그간 잉여잉여하면서 모아둔 돈이 50만 정도 있는데(보증금 빼고) 이걸로 올해를 버티려면.. 9,10,11,12월까지 앞으로 4개월이니까 한달 생활비가 12만 5천원. 개강하면 교재비 엄청 깨질테니 실은 더 빡빡하겠죠.ㅠㅠ
난 부모님께 등록금 부담만으로도 죄송해서 나머지는 어떻게든 스스로 살아보려고 하는데 요즘 애들은 참 편하게 사네요. 부럽다.

나폴레옹 사전에는 불가능이 없듯이, 제 사전에는 용돈이 없습니다. 걍 태어나서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초중고 시절엔 교재값이나 교통비는 주셨지만 딱 그거였고 그외엔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용돈 받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네요. 아무 것도 안하고 그것도 나이 먹었다고 막 20만 30만씩 받잖아? 제길 세상은 똥이야 똥 ㅠㅠ

전 아직도 스마트하지 못한데 매달 요금을 낼 생각하니 끔찍해서 못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한달에 15000원 냅니다. 근데 이걸 35000, 45000 내라고 하면 기절할 듯. 근데 버스나 지하철 타 보면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조차 스마트하게 살고 있더군요. 제길 세상은 똥이야 똥 ㅠㅠ

제가 이렇게 한탄하는 것도 좀 웃긴게, 집이 미칠듯이 가난한게 이유가 아니라는 겁니다[..] 등록금을 힘들긴 해도 자력으로 지불하긴 지불하는 집이면 대한민국에서 그렇지 못한 집이 많을걸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케이스죠.
중요한 건, 집이 아니라 가 가난하다는 것이다!

어릴 땐 그나마 이랬습니다.
'용돈은 없다. 하지만 의식주는 보장되어있고 기타 경비도 제공 받는다.'

그런데 어머니가 '다 컸으면 제 앞가림은 본인이 해야한다' 주의라서 나이를 좀 먹고 나니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용돈은 없다. 의식주는 보장되어 있지 않고 경비는 오히려 늘어나지만 돈 들어올 곳은 없다'


뭐....
그래도 제가 워낙 고생하며 살았던 2007, 2008년도에 비하면 참 긍정적인 생활, 여유로운 삶이 될 것 같습니다.
넓고 쾌적한 방, 빠듯하긴 하지만 50만이나 모아놓은 통장 잔고,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는 것(그대로 월세로 나가지만,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 일 해서 월세 면제 받는다고 생각하면 수지가 맞는다), 내가 잉여잉여하며 모아놓은 목돈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보증금이니까 방 빼면 돌려 받음).
그때랑은 천지차이죠. 게다가 그 때는 정신 못 차리고 잉여잉여잉여였지만 이젠 정말 공부를 해야할 때니까.


여튼 요약 및 결론 : 나도 용돈이란거 받아보고 싶다.
근본적인 해결 : 로또를 맞추도록 한다.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 없다. 아 세상은 똥이야 똥 ㅠㅠ

덧글

  • 뇨기 2011/08/28 17:06 # 삭제 답글

    아.. 눈에서 땀이;
  • 테오도로 2011/08/28 17:09 # 답글

    집에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도 있지만

    집의 돈을 쓰고 안쓰고의 문제가 크지 ㅋㅋㅋㅋ

    나도 매번 옷좀 사입어라, 집에서 돈 안주냐 고 부모님이 말하시는데

    돈을 줘야 사입지... 용돈=식비 가 되니
  • Kina 2011/08/28 18:58 # 답글

    고담시티 원정 용역 투어 야링 테오 ㅜㅠ
  • 이츠카 2011/09/10 00:06 # 삭제 답글

    슬픔에눈물이 힘내 야링 테오짱
  • 아야린 2011/09/10 08:16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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